야구/투수2013. 8. 1. 15:12

[아시아투데이=한상연 기자] 야구를 할 때 일반인 투수들의 구속은 얼마나 나올까. 사람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대략 최저 80km/h에서 최고 110km/h 내외다. 속구를 던진다고 해도 120km/h를 넘기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프로야구 투수들이 던지는 150km/h를 육박하는 공이 얼마나 빠른 것인지 알 수 있다.

일반인의 평균 구속을 100km/h로 잡았을 때 프로야구 선수들이 던지는 최저 구속이 그와 비슷하다면 믿을 수 있을까. 사회인 야구단에서 뛰는 투수들이 이 구속으로 던지면 직선을 그리며 나가는 듯 하지만 프로야구 투수들이 이 구속으로 던지면 포물선을 그리며 홈플레이트를 통과한다. 이것이 바로 프로야구에서 말하는 커브(Curve)다.

커브의 사전적 의미는 '만곡시키다', 즉 '활 모양으로 굽게 만들다'라는 뜻이다. 궤적을 포물선으로 만들어 도착 지점에서 급격히 떨어뜨리는 구종을 말한다. 슬라이더와 함께 변화구의 꽃이라고 불리는 커브는 타자들의 스윙 타이밍을 뺏을 때 유용하다.

지난 2편 '투심(2-seam) 패스트 볼'에서 패스트 볼이 투수의 손을 떠나 홈플레이트에 도달하는데 0.5~1초의 시간이 걸린다고 언급한 바 있다. 타자들이 노림수(어떤 구종의 공을 치겠다는 생각)로 패스트 볼을 생각했다면 투수의 손을 떠나는 순간 배트를 휘둘러야 공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타자의 노림수가 패스트 볼이라는 것을 투수가 간파했다고 가정하자. 투수가 던진 공이 100km/h 대의 느린 커브였다면 타자의 배트는 이미 돌아간 상태. 뒤늦게 공이 도착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렇듯 커브의 묘미는 타자의 노림수를 간파했을 때 그 위력을 발휘한다.

커브의 그립은 슬라이더 그립의 변형으로 생각하면 된다. 두 그립의 차이는 중지의 위치다. 슬라이더는 중지의 위치가 말발굽 안쪽이라면, 커브 그립에서의 중지는 바깥쪽에 위치한다. 실밥을 경계로 검지와 중지를 안쪽과 바깥쪽으로 위치시켜 엄지와 함께 알파벳 'C'의 형상을 만든다. 


 
커브(Curve) 그립 정면(왼쪽), 위쪽



단, 슬라이더와 커브를 던질 때의 방법이 다르다. 슬라이더는 손가락으로 실밥을 긁어 회전력을 만들지만 커브는 공의 관성을 이용, 손에서 빠져나가는 느낌으로 던진다. 때로는 알파벳 'O'를 만들 듯 검지, 중지와 엄지를 모아줘 공 밑 부분을 긁는다. 이런 경우 패스트 볼과 달리 역회전이 걸리며 공의 낙차를 크게 만들 수 있다.

슬라이더와 커브는 던지는 팔의 모양도 다르다. (우투수 기준) 슬라이더는 손목의 꺾임이 없어 손바닥이 왼쪽을 향한다. 반면 커브는 손목을 바깥쪽으로 꺾어 손바닥이 정면을 향하게 한다. 그렇다보니 커브는 손목의 무리가 많이 가는 구종 중 하나다.

커브를 던질 때 유의할 점이 있다. 어릴 때 던졌던 '아리랑 볼'과 같이 평범한 느린 공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커브는 공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컨트롤과 제구력이 있어야 한다. 

한 경기 투수가 던지는 구종을 패스트 볼과 변화구로 나눠봤을 때, 그 비율은 7:3 내지 8:2가 이상적이다. 커브는 적은 변화구 비율에서도 일부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패스트 볼이 손의 악력을 이용해 공을 뿌린다면 커브는 공을 놓는다는 느낌으로 던진다. 그러기에 커브의 그립이나 던지는 감각이 제대로 익지 않았다면 손에서 빠지는 경우가 생겨 자칫 폭투로 이어질 수 있다. 커브는 쉬워 보이지만 수많은 연습이 필요한 구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앞서 커브는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데에 유용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커브에도 맹점은 있다. 타자가 노림수로 커브를 선택했다면 공을 정확히 맞춰 장타나 홈런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경기에 커브를 많이 던져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타자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던졌을 때 비로소 커브의 위력이 나온다. 커브는 속임수라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출처] http://www.asiatoday.co.kr/news/view.asp?seq=558967

Posted by 컴삿갓